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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ve Score, Divided by Four

Chapter.7 So, now what? (그래서, 이제 뭐?)

번역자 : 청십초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몸은 그대로 얼어붙고, 머리카락은 곤두섰다. 우리가 너무 멍청했다. 비로소 물건들을 집에 들였다는 사실에 들떠서 집이 제대로 비어 있었는지, 누군가 집에 숨어 들어왔는지 않았는지 살펴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수상한 사람이 지금 우리 뒤에 있다. 내가 잡은 잭의 어께에서 나만큼의 긴장감이 느껴졌고, 잭은 패닉에 빠진 듯 중얼거렸다. “그럴... 리가.....”

 

 

잭이 무엇을 느꼈는지, 혹은 왜 저 사람이 자기를 잭의 형이라 칭하는지는 모르겠다. 허나 확실한건 우리 등 뒤에 있는 저 사람은 에반이 아니란 점이다. 에반의 목소리는 저러지 않았으니까. 난 각오하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우리 뒤에 매복한 그 인간을 봤다. 내가 저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은 여러 번 했지만,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확실히 100% 사람은 아니였다. 

내가 몸을 돌려 제대로 바라보기 전에, 그 자의 각이 잡힌 포니스러운 외모가 드러났다. 붉은 털의 큰 포니 귀가 그의 어두운 주황색 갈기 사이로 나와 있었고, 붉은색 털은 다리를 넘어 팔과 목 부위까지 자라 올라와 있었다. 그 또한 2개의 큰 발굽으로 서있었다. 그 발굽달린 다리 또한 발굽 바로 위까지 털이 자라 있었다. 나는 그에게 누구인가, 왜 여기로 왔는가, 우리한테 어떤 해코지를 할 것인가, 그리고 왜 우리처럼 반인 반포니 상태가 되었는가를 묻고 싶었다. 불행히도 어떤 질문을 먼저 할 것인가는 정리가 되어있지 않았고, 결국 머릿속에 혼란만 가득한 채 그대로 입은 벌려지고 귀를 축 늘어진 채 그냥 그렇게 벙 쪄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불편하고 긴 침묵은 마침내 그가 내는 자그마한 웃음소리에 깨졌고, 그는 곧 나에게 의심 반 희망 반의 목소리로 물었다. “데이브..... 맞지? 너 데이브지?”

 

 

나는 긴장감을 삼키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 데이브야.” 난 계속 그가 누구인지 머리를 굴렸다. 그의 목소리는 뭔가 친숙했지만, 내가 기억하는 목소리랑은 사뭇 달랐으니까.

 

 

그때 그가 입을 열었다 “하, 이럴 줄 알았어. 너랑 그 망할 무지개 포니 말이야. 설마 지금을 위해 계속 행동연습 같은 걸 해온 거야? 지금 상황에 그거만큼 말이 되는 게 없을 것 같은데.”

 

 

뭐지? 도대체 이 인간은 누구지? 그의 말은 내 혼란함과 궁금증만 가중시켰다. 허나, 그때 잭이 천천히 뒤를 돌아 그를 보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선 한마디 했다. “에반?”

 

 

난 그런 잭의 반응을 보고 나서 다시 저기에 있는 남자한테 눈을 돌렸다. 그제서야 내 눈은 깨달음에 번쩍 뜨였다. “이런 세상에.”

 

 

저 붉은 귀의 사람이 우리를 향해 팔을 벌렸다. “잭, 내 동생!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 그러곤 잭에게 걸어가서 잭을 크게 껴안았다.

 

 

잭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곧 같이 에반을 안았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조금 고여 있었다.

 

 

곧 에반은 잭을 놓고선 입을 열었다. “이야 세상에, 네가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내가 요 근래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못 믿을걸?” 에반은 그렇게 말해놓고선 다시 잭의 상태를 살펴봤다. 그 후, 자신의 말을 정정했다. “아니지, 믿겠구나. 여튼 오늘 하루는 진짜 X같았다고! 으으, 집이 이렇게까지 그리웠던 적은 처음 이였다.” 에반은 발길을 부엌으로 돌려 꺼내져있던 스카치를 유리잔에 마저 부었다.

 

 

잭 또한 자그마한 미소를 짓고선 에반을 따라 들어갔고 꼬리를 천천히 흔들고선 입을 열었다. “워우 에반 너도? 나랑 데이브처럼? 허 참, 이거 또 누가 우리같은 일을 겪었는지 궁금해지는데?”

 

 

“일단 시카고 인간들은 아니야. 빌어먹을, 그 점은 내가 장담해.” 에반이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린 듯 몸을 움츠렸다. “으으 다시는 시카고에 발을 들이고 싶지 않다.”

 

 

나는 둘에게 다가가면서 물었다. “잠깐, 이제보니 에반 너... 빅 매킨토시야? 이런 미친, 걔는 메인6가 아니잖아? 말이 안된다고!”

 

 

에반이 눈꼬리를 올리며 되물었다. “어? 내가 TV쇼에 나오는 빨간 농장포니가 되는게 말이 안 된다고? 지금 상황을 보고서도 그런 생각이 드냐? 와...통찰력 한번 대단하다, 그치?”

 

 

그때 잭이 말했다. “잠깐 잠깐, 우선 내가 애플잭이 되고 있잖아. 그렇지? 그러면 내 형인 에반이 포니로 변할 때 마찬가지로 애플잭의 오빠인 빅맥이 되는 건 말이 되는 것 같은데?”

 

 

내가 대답하기 전에 에반이 목소리를 먼저 높였다. “그래, 내가 아까전에 휴대폰으로 애플잭을 보긴 했는데, 혹시 제비뽑기에서 지기라도 한 거야? 어?그래서 머리카락도 긴 금발로 바뀌고 눈매도 바뀌었나? 네 꼴 좀 보라고, 이젠 누구라도 여자취급 할 모습이잖아.” 에반은 실실 웃으면서 유리잔에 담긴 스카치를 조금 마셨다.

 

 

나랑 잭은 당혹감에 서로를 보았다. 보아하니 에반은 아직 우리가 여자로 바뀐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에반은 손에 든 스카치를 내려놓고선 한 손을 잭에 어깨에 올렸다. “그래서, 왜 하필 애플잭을 고른 거야? 데이브 쟤가 레인보우 뭐시기를 고른 건 이해하겠는데, 넌 왜 하필 그걸 고른 거냐고. 그놈의 설정 때문에 나까지 이상한 일에 휘말려 버렸잖아. 최소한 나한테 이야기라도 해 줄 순 없었어?”

 

 

잭은 에반의 손을 치우며 말했다. “니가 뭔 말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난 이딴걸 고른게 아니라고 이 얼간아. 그냥 일어난 거라고!”

 

 

에반은 점점 취기가 오른 채로 스카치를 다시 따랐다. “개소리 집어치워! 사람은 갑자기 무작위로 포니로 변하지 않는다고. 분명 네가 이상한 짓거리를 한 거야.”

“뭐? 야, 내가 포니를 좋아한답시고 내 몸이랑 인생 전체를 망치는 짓거리를 할 것 같아?” 잭도 덩달아 언성을 높였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짜증이 섞여있었고, 안 그래도 에반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못하지 않은 곤욕을 치른 상태에서 억울한 지탄을 받는 이 상황은 잭의 인내심을 한계치까지 시험하고 있었다.

 

 

상황이 험악해지자 나는 둘 사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이봐, 둘 다 진정해. 게다가 에반 너는 스카치좀 그만 마셔. 안 그래도 이 일 때문에 모두 스트레스 받는데 지금 술이 넘어가―”

 

 

에반이 잠시 바를 째려보더니 내 말을 잘랐다. “넌 빠져, 데이브. 넌 항상 그 포니를 좋아했으니까 저기 거울에 가서 혼자 셀카나 찍지 그래? 나랑 내 남동생은 여기서―”

 

 

“여동생이다.” 에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잭이 단호히 말했다.

 

 

잠깐의 순간 우리 사이에서 적막이 흘렀고, 곧 에반이 터무니없다는 듯 대꾸했다. “지금 역할놀이 따위 할 때가 아니잖아, 잭. 그 시답잖은 짓 그만하고 이제 그만 원래대로 고칠 방법이나 말해보시지.”

 

 

그때 잭이 분노를 터뜨리며 말했다. “난 이딴 짓 모른다고 말했잖아!!!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잭은 자신이 걸치고 있는 사각팬티를 잡으면서 말했다. “난 역할놀이 따위 하고 있는 게 아니야, 이 띨빵아!” 그러고선 그대로 강하게 잡아당겼고, 그건 그대로 찢어지면서 벗겨지니 그녀의 몸은 완전히 발가벗은 채로 노출되었다. 다행히도 주황색 털이 골반을 완전히 덮은 상태라 딱히 노출이 되었단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그 몸의 생물학적인 특징 하나하나는 잭의 몸이 더 이상 남자의 몸이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잭은 그대로 모든 것을 드러내며 그렇게 서 있었다. 얼굴에 ‘다른 질문있냐, 새끼들아?’라는 의미를 강하게 담고선 말이다. 에반은 충격을 먹었는지 잠시 몸이 그대로 굳어 있더니, 이내 그가 들고 있던 잔은 손에서 힘없이 떨어져 식탁위에 엎질러졌다. 나 또한 잘못된 모든 일의 절정의 결정체를 마주하면서 잠시 말을 잃었다.

 

 

에반은 충격에 아무 말도 못하더니, 이후 힘들게 입을 열었다. “요점은..... 어........” 에반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젠 여동생이야.” 내가 나지막이 에반에게 말해줬다.

 

 

“어.... 고마워, 그래서, 잭? 이제 그만 다시 옷 좀 입을래?”

 

 

잭은 식탁에 다가가서 쓰러진 유리잔은 다시 세웠다. “뭐, 꼭 그래야하나? 어차피 포니들은 원래 옷 안 입고 다니잖아? 게다가 내 몸의 반절은 이미 인간이 아니라 포니로 바뀌었으니 말이야.”

 

 

“그래서, 그렇게 아무것도 안 입고 걸어 다닐거야?” 내가 눈초리를 올리며 물었다.

 

 

잭이 잔에 스카치를 조금 따르며 말했다. “어. 뭐 문제있어?”

 

 

난 고개를 저었고, 얼굴에는 자그마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에반은 아직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뒷걸음질 하더니 불현듯 내 몸 또한 살펴보기 시작했다. “잠깐... 만약 잭이 여자로 바뀌었다면, 설마 너도....”

 

 

나는 뒷목을 문지르며 얼굴을 조금 붉혔다. “맞아, 그건 네가 생각한 대로야. 이제 이 집에서 Y 염색체 가진 건 에반 너밖에 없어.”

 

 

에반은 그냥 나를 쳐다보기만 했고, 난 그런 에반에게 한마디 더 덧붙였다. “아, 하지만 난 지금 당장은 쟤처럼 벗지는 않을 거야. 이 혼돈의 도가니에서 올누드 인간은 저기 식탁에 있는 저 한 사람이면 충분하거든.”

 

 

“한 포니겠지.” 잭이 한마디 했다.

 

 

“어, 그러시겠지. 여하튼 잭 나도 스카치 좀 줘. 나도 한잔 정도는 마셔야 할 것 같다.” 나는 퉁명스레 대꾸했고, 잭은 순순히 다른 잔을 꺼내서 스카치를 따라 건네줬다.

 

 

에반은 착잡함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면서 말했다. “너희가 성별이 바뀐 게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 너네는 그동안 남자로서 살아왔었잖아.”

 

 

잭이 에반의 손등을 치고선 말했다. “등신아,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 우리도 이런 일을 바란 게 아니었다고.” 그러고선 아래를 가리키며 언성을 높였다. “내가 진짜 이딴 식으로 변하는 걸 바랐을 거라 생각해!? 진짜로?”

 

 

에반도 살며시 손을 조금 내리고선 잭의 말에 수긍하는 눈치였다. 확실히 잭은 남자중의 상남자였으니까. 몰론 잭은 나처럼 MLP를 좋아하긴 했지만,그 점을 제외한 모든 면은 전부 사나이다운 농부의 면모였으니,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인간이 아닌 것은 당연한 사실이였다. 에반이 손을 완전히 내리고 잭을 봤을 때,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난 이딴 일 절대 바라지 않았어, 우리 중 누구도 말이야!” 그러곤 나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몰론 저기 있는 데이브 쟤는 대시 야짤 보면서 혼자 좋아라 한 적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데이브 쟤는 자기가 대시가 되는 걸 절대 원하지 않았다고!”

 

 

나는 들고있던 빈 유리잔을 탁 놨다. 사실 잭의 말이 틀린 게 아니였기에 좀더 짜증났었다.

 

 

에반이 손사래를 치면서 대답했다. “알았어, 알았어. 너희들은 이런 걸 원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적어도 이 일들을 전부 원래대로 고칠 방법은 알고 있......냐?”

 

 

나와 쟉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면서 그저 어깨를 으쓱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도 아는 방법이 전무했으니까. 난 에반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아니, 우리도 여러가지를 생각해 봤지만, 핵심적인 것은 아직 모르겠어. 게다가 그런 것을 깊게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 요 근래 내내 저기 있는 물품들을 사려 계획하고, 마트도 돌아다니느라 엄청 바빴거든.”

 

 

에반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보면서 물었다. “너희가 바빴다고? 뭘? 뭔 일을 하느라 그렇게 바빴는데? 나야 대도시에서 소란을 치르느라 바빴다 치지만, 너희는?”

 

 

잭과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선 아무 말도 없이 우리가 쌓아놓은 쇼핑백 더미로 다가갔다.

 

 

에반도 설명해보라는 듯한 눈빛을 하며 우리 뒤를 따랐고 ,난 물건을 쌓아놓은 거실의 불을 켰다. 불빛이 전부를 환하게 비추기 시작할 때 잭은 얼핏 내 뒷모습을 보더니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뭣, 이런 미친 데이브 네 등에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나는 계속 걸으면서 대답했다. “아, 몰랐어? 난 페가수스야. 날개달린 포니 말이야. 아직 완전히 날개 같진 않지만 뭐, 아마 나중에는 막 날아다닐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지?”

 

 

에반이 걸음을 멈췄다. “잠깐, 날개가 달렸다고? 장난해? 왜 이렇게 불공평한거야? 난 뭐 가진 것도 없잖아?”

 

 

잭이 그 소리를 듣고 작게 웃으면서 말했다. “나도 동감이야, 하지만 넌 그런 불평도 할 입장은 아니야. 넌 최소한 니 불X이라도 온전하잖아.”

 

 

집 앞쪽에 도달했을 즈음, 에반은 잭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건 그렇겠네. ..........그나저나, 너네들 꼬리말이야, 보면 볼수록 뭔가 낯설다. 진지하게 말하는데, 조금 소름끼친다고.”

 

 

우린 마침내 현관에 도착했고, 현관 근처에는 급하게 들여놓느라 아무렇게 놓여있는 짐들이 여기저기에 있었다. 나는 에반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래 뭐, 그냥 좀 익숙해지라고. 이제부터 우리의 평생을 함께할 꼬리니까.”

 

 

잭은 그 말에 눈꼬리를 올리며 나를 봤고, 에반은 곧바로 내 말에 대답했다. “네 말은 ‘우리가 원래대로 돌아가기 전 포니로서의 평생’동안 이겠지.”

 

 

“아아, 그렇지, 내 말이 그거야.” 난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난 이렇게까지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이 모든 일을 원래대로 고칠 수 있는지에 대해 의심이 계속해서 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만약 우리가 이 모든 상황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면 난 지체없이 바로 내 예전 인생을 되찾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이 모든 것에 대해 우리가 손 쓸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일단 지금은 변화의 흐름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자, 보아하니 짐이 엄청 많네.” 에반이 한쪽 벽에 쌓여있는 하얀 쇼핑백들을 보며 말했다. 쇼핑백 하나하나에는 물건들이 흘러넘칠 듯 가득 들어있었고, 옆옆은 이미 쓰러져서 내용물이 쏟아져 있었다.

 

 

잭이 쇼핑백을 뒤지기 시작했고, 뭔가를 꺼내 에반에게 보여주면서 말했다. “식량, 배터리, 워키토키, 의약품들.... 오늘 완전히 정신없었다고.”

 

 

에반이 가방 하나를 옮겨 안을 들여다보았다. “세상에, 뭐라 말해야 할지....... 솔직히 좀 감탄했다. 잘했어 bro! ......아, 아니지. 미안, 이거 영 익숙해지지 않아서 말이야. 잘했어 sis!”

 

 

잭이 웃었다. “헤, 그렇지. 아까 말했다시피 오늘 정말 바빴다고, 카드 한도까지 전부 초과되는 바람에 데이브가 좀 도와줬지.” 난 잭에 말에 조금 얼굴이 붉어졌고, 잭은 말을 이었다. “어쨌거나, 이렇게 난장판으로 놓아둘 순 없으니까, 방 하나를 창고로 만들어서 정리해 놔야 할 것 같아. 하지만 나랑 대시는 오늘 쉴틈 없이 하루 종일 움직이느라 완전히 지쳤어. 그러니까 당장 냉장시켜야 하는 물품들 몇몇만 일단 정리해놓자. 나머지는 내일부터 천천히 해도 되니까.”

 

 

에반이 긍정했다. “좋은 생각이야.”

 

 

허나 난 그 말에 수긍할 수 없었다. ‘당장 내일부터 손이 없어질 수도 있는데, 지금부터 빨리 정리해야 하잖아?’ 하지만 나는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기를 주저했다. 지금 당장 행동하는게 현명하긴 했으나, .......아 썅 다 필요없다. 난 지금 완전히 뻗었으니까. 발굽으로 정리하는게 더 힘들겠지만, 그딴건 내가 아니라 미래 데이브의 일이니까 뭐.....

다음 화 번역 안됨

잭이 양 발굽으로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하하, 완벽한데, 이번엔 내 차례지?”

 

 

우린 그런 식으로 두어번 서로 여러 자세를 취해가며 놀았다. 몰론 우리는 이게 그렇게 까지 웃을 수 만 있는 일이 아니란 것과, 어쩌면 우리 처지는 이것보다 더욱 나빠져 갈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게다가 외모까지 완전히 변해버렸으니 우리에게 주어진 방도와 기회의 착은 더욱 좁아져만 가고 있었으니, 에반이 돌아오게 된다면 다시 또 고민을 열심히 강구해 봐야겠지만, 우리는 그가 돌아오기 전 대략 반시간가량을 긴장을 풀고 그나마 즐겁게 지내고 싶었다.

 

 

여하튼 그때 자세를 잡던 애플잭이 자세를 풀고 나에게 말했다. “좋아, 좋아. 이제 네 차례야. 재밌는 포즈를 잡아보라고!” 잭은 입이 귀에 걸릴 듯 활짝 웃고 있었다.

 

 

나는 뺨을 긁으면서 잠시 생각해봤다. ‘음...... 아직 안 잡아본 포즈가 뭐가 있더라....... 아!’ 순간 좋은 포즈가 하나 불현듯 생각났다. “알았어, 알았어.저기 가서 관람 각이나 잡고 있으세요.”

 

 

좋아, 어디보자.... 일단 앞발굽을 앞으로 쭉 펴서 늘인 상태에서, 뒷다리를 세우고...... 몸 뒤쪽을 좀 높인 다음, 날개를 크게 펼친다. 이후에 눈썹을 올리되, 눈꺼풀을 반쯤 감으면서 유혹하는 듯 하게 만들면..... 좋아! 완벽해!

“잠깐, 이게 뭐야?” 에반이 무언가를 발견한 듯 팜앤플릿 쇼핑백에 손을 넣더니, 담겨져 있는 빗을 꺼내들고 상표를 읽기 시작했다. “말 손질용 빗: 당신의 말의 갈기나 털을 더욱 빛나고 찰랑거리게 만드세요.”

 

 

그러더니 찡그린 얼굴로 잭을 보면서 물었다. “왜 이런 걸 산거야? 뭐 만화포니 경연회라도 열려는 건가?” 에반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비아냥이 섞여있었다.

 

 

잭이 다가가서 에반의 손에 쥐여진 빗을 뺏어 도로 쇼핑백 안에 담았다. “뭐래, 그냥 단순한 청결용품일 뿐이거든? 아마 오랫동안 버티려면 필요하게 될 걸? 헤, 만약 네가 시카고에서 재밌게 지내는 대신에 우리랑 같이 쇼핑했으면, 네 것도 살 수 있었을 텐데, 아쉽네?”

 

 

“아, 내가 정말로 시카고에서 ‘재밌게 지냈다’고 생각해? 뭐, 그런 거......”

 

 

나는 모처럼 에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위해 조금 앞으로 몸을 움직였지만, 실망스럽게도 에반은 거기서 이야기를 더 이상 이어가지 않았다. 흠.....혹시 저거 때문인가? “이봐 에반, 아까 전부터 궁금했는데, 너 그 수갑 뭐야?”

 

 

에반은 자기 팔목에 걸린 수갑을 보고선 흠칫하더니 황급히 뒤쪽으로 숨기고선 얼버무렸다. “어...... 이야기 하자면 길어. 그러니까..... 나 체포됐었거든. 그때 경찰들이랑 시비가 붙었던 거라서, 뭐.......” 에반의 얼굴을 완전히 달아올라 있았다. “....여튼 이것 좀 없앨만한 거 있냐?”

 

 

나는 한 쇼핑백 안에 담겨져있는 전단기를 가리켰고, 잭은 그걸 집어 에반의 수갑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하, 경찰이랑 시비라고?’ 나는 속으로 웃었다.왜냐하면, 에반의 팔목에 걸려있는 수갑은 아무리 봐도 경찰수갑이 아니라, 침대에서 SM을 할 때 쓰는 성인용품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희한하네, 왜 얘가 이런 걸 차고 있었을까? 혹시......

 

 

“야 대시, 도와줄 거야 말거야? 그냥 거기서 날개 스트레칭이나 하면서 서있을 거야?” 순간 뒤를 돌아보니, 등 뒤의 날개가 양쪽으로 활짝 벌어져 있었다. ‘이런 제기랄!’ 설마 페가수스 날개가 진짜 이럴 때 설 줄이야. 다행히도 아직 잭이랑 에반은 날개가 왜 펴졌는지 알아채지 못한 것 같다. 으으, 일단 난 날개를 밀어 접어놓고선 곧바로 에반의 수갑 제거를 도왔다.

 

 

한쪽 수갑이 제거됐을 때 에반이 말했다. “그래서, 아까 물었다시피, 당최 왜 이리 미쳐 돌아가는지 아는 인간 있냐? 난 지금 당장은 너네들이 포니가 되고 싶어서 이 사단이 난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겠더라. 내 말은, 만약 이 일에 대해 짚이는 게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건 필시 너네들이 보는 그 TV쇼가 분명할 거란 말이야. 나는 그 TV쇼에 아는게 아예 없다시피 하니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을 것 같아.”

 

 

잭이 잡고있던 절단기를 재차 다시 잡았다. 점점 더 무언가를 잡기 어려워지는 듯 했다. 잭의 손가락놀림은 일반인에 비해 눈에 띄게 둔해졌으니까. 여튼 잭은 어렵사리 절단기를 다시 쥐며 대답했다. “나도 아까 말했다시피, 우리도 여러 번 생각해봤지만, 확신이 서는건 아무것도 없었다고.”

 

 

난 잭의 말을 이었다. “우선 며칠 전에 있었던 생일파티 때를 생각해보자. 그때 우리가 정확히 25살이 된 순간에 첫 변화, 그러니까 큐티마크가 생겼었잖아.”

 

 

에반이 되물었다. “어.... 큐티 뭐시기라고?”

 

 

나는 답답합에 한손으로 이마를 감싸쥐고선 말을 이었다. “네 다리의 문신 말이야. 그거 이름이 큐티마크거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잘 알아둬.” 에반은 눈알을 굴리면서 계속해 보라 손짓했고, 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 마크들은 전부 생일파티 중 정확히 25살이 됬을 때 생겼어. 그러니까, 그 파티의 뭔가가 이 일의 방아쇠를 당겼을 거야.”

 

 

내가 에반의 팔을 잡는 동안 잭이 어렵사리 절단기를 같다댔고, 마침내 다른 쪽 수갑마저 절단해냈다. 잭이랑 나는 서로 하이파이브를 했고, 에반이 손목을 문지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잘했어 잭, 하지만 생일파티 얘기 말이야, 뭔가가 방아쇠를 당겼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잭이 절단기를 치우며 대답했다. “그게 아까 이번에 가게에서 대시가 말했던 건데, 그치만―”

 

 

에반이 잭의 말을 끊었다. “잠깐, ‘대시’라고? 아까부터 세 번이나 말하던데, 혹시 데이브 말하는 거야?”

 

 

순간 내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난 뒷목을 긁으며 말했다. “맞아, 데이브가 내 이름이긴 하지만 그건 뭔가 너무 남자스럽잖아? 그래서 그냥 대시라고 부르기로 했어.”

 

 

에반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 포니 레인보우대시처럼? 그러면, 넌 몸만 그 포니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이름도 그렇게 바뀌는 거라고? 허, 정말 소름끼치는데?” 에반은 곧 나를 보더니 잠시 멈칫했고, 나는 에반을 보면서 양 어깨를 으쓱일 뿐이였다. 에반은 그러다 곧 다시 입을 열어 말을 이었다. “뭐,생각해보니 바뀐 성별 때문에 심란했겠으니, 이름 때문에 더 심란하고 싶진 않겠구나. 그러면 존중해줘야지. 여전히 적응 안 되지만 뭐...”

 

 

잭이 에반의 말이 끝나자마자 입을 열었다. “대화 다했어? 좋아, 아까 내가 말했듯이 대시가 오늘 상점에서 말했던 건, 25살이 된 것이 이 변화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야. 하지만 그게 다른 일들을 설명할만한 일은 아니라서 그냥 그 가능성을 배제해왔던 거지.”

 

 

내가 긍정하며 말을 이었다. “맞아. 설령 그게 이 모든 일의 원인이였다 하더라도, 그걸 가지고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상황을 바꿀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그래서 그거 말고 뭔가 다른 단서를 찾아 봐야해.”

 

 

“그렇다면 피오나는?” 에반이 자기 뺨을 긁으며 말했다.

“걔는 왜?” 잭이 이해 안 된다는 듯 물었다.

 

 

에반이 말을 이었다. “뭐, 정리해보자면 그 파티에서부터 모든 게 시작됐다는 거지? 근데 그 자리에 피오나도 있었잖아? 그 파티에서 뭔가 방아쇠가 당겨진 일이 있었다면, 분면 피오나 걔도 똑같이 우리처럼 영향을 받을게 분명하잖아? 분명 피오나한테 뭔가 있을 거야, 안 그래?”

 

 

나는 눈초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글쎄? 난 그럴 거라고 도저히 생각이 안되는데? ‘그래 나 사실 마법 쓸줄 알아서 잠깐 내 친구들을 폴리모프 시켰어.’진짜 이럴거라 생각해? 에반, 너도 피오나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걸 잘 알잖아?”

 

 

에반이 히죽 웃었다. “그러니까 더 수상한 거지.”

 

 

잭이 크게 하품하며 말했다. “뭐, 그러면 내일 한번 그녀한테 전화 해보는 게 어때? 전화해보고, 뭔가 있으면 직접 만나든가 하자.”

 

 

그 하품은 전염성이 있는 것 같았다. 나랑 에반도 뒤이어 하품하게 됐으니까. 그때 내 시야에 에반의 하품이 들어왔고, 에반의 혀는 일반적인 혀보다 더 길고 넓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포니 혀를 가진 에반의 하품은 그야말로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으으, 도대체 변화가 얼마나 깊게 일어난 거지?’

 

 

맞다 입을 생각해보니 아직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 먹은 게 생각났다. “얌마, 우리 뭐 좀 먹지 않을래?”

 

 

“먹는다고? 이 한밤중에?” 잭이 물었다.

 

 

“그치만, 배고프다고!” 난 불평을 쏟았다.

 

 

AJ가 나를 째려보고선 말했다. “너네 엄마가 잘 시간에 뭐 먹으면 살찐다고 안 그러든?”

 

 

난 눈알을 굴리며 대답했다. “아 쫌, 그까짓 거 쪄봤자 얼마나 찐다고 그래? 나 좀 봐봐! 완전히 뼈랑 가죽 밖에 없다고! .......... 뭐 지금은 털이랑 깃털도 있지만.”

 

 

잭이 웃으면서 농담을 한마디 했다. “오 이런, 그냥 그렇게 날씬하게 있는게 어때요, 대시 양? 곧 있으면 비키니 시즌인데?”

 

 

에반은 우리 둘을 보면서 혼란스러운 듯 물었다. “뭐야? 너네 둘이 뭐하는 거야?”

 

 

잭이랑 나는 그 소리에 서로 웃음을 터뜨였다. 그러고선 에반에게 말했다. “별거 아니야. 잭이 취해서 성별 바뀐 거 가지고 또 농담 한 거지.”

 

 

에반이 한 손으로 이마를 감싸 쥐며 말했다. “으으, 너네 정말 이상하다. 나 벌써부터 남자 잭이 그리워지기 시작했어.”

 

 

“나도 그래 에반, 나도야.” 잭도 그렇게 몇 번 웃었고, 곧 부엌 쪽으로 걸어 나갔다. 나는 잭의 뒤를 뒤따라가며 생각했다. ‘흠.... 남자잭이 그립다고?’난 에반의 그 말에는 공감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여자 잭이 더 좋았으니까.

 

 

~~~~~~~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각자 거실에 늘어져 있었다. 에반은 큰 샐러드를 만들어가지고 우리 쪽에 앉아서 폭풍우가 쏟아지는 바깥을 창문 너머로 보고 있었고, 잭은 당근봉지를 통째로 가지고선 소파 위에서 ‘말 해부학’책을 보고 있었다. 한편 나는 큰 그릇에 맛있는 알팔파를(에반은 역겹다고 했지만) 가득 담아, 아까 찾은 ‘플라이트(=Flight)’라는 책 페이지를 넘겨 읽으면서 먹고 있었다. 대부분 비행기 이야기였지만, 그 책에는 새나 비행기들이 날수 있는 기본원리가 담겨져 있었다.

 

 

책을 보면 볼수록 내일 직접 날아볼 생각에 계속 들뜨게 됐고, 쩔어주는 내 비행모습을 하루빨리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게 되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에반은 마치 헤밍웨이가 빙의된 듯 바깥을 정처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난 그런 에반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잭을 보았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시야에 들어온 것은 잭이 당근 하나를 통으로 먹고 있는 모습이었다. 껍질을 벗기지도 않고, 씻지도 않고, 심지어 당근 꼭지를 떼지도 않았다. 내가 보는 동안 그녀는 그 당근을 줄기까지 전부 씹어먹었다. 그녀는 그런 사실에 개의치 않은 듯 먹으면서 해부전도를 보고 있었다. 그녀가 보는 책을 내려다보니, 양 페이지에 걸쳐서 큰 자궁구조도 하고 암컷 말의 생식체계에 대한 도표가 그려져 있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봐 잭.....? 뭐 보고.... 있어?”

 

 

“왜 내가 암포니가 돼야 했는데? 누가 그런 걸 정했데? 내 말은, 난 솔직히 포니가 된다는 사실은 받아들일 수 있었어, 진짜로. 하지만 암포니라고?” 잭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젠 충격을 먹을 대로 먹어서 놀랍지도 않다만, 난 그냥 왜 그런지 궁금해서....”

 

 

난 그릇을 내려놓았다. “아마 내일쯤 답을 찾을 수 있을거야. 당장 내일 피오나한테 연락....”

 

 

“이미 우리는 피오나가 해답이 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잖아.” 잭이 퉁명스럽게 대답하고선, 나와 시선을 맞췄다. 그녀의 눈은 더욱 커져 있었다. “너도 이 일이 더 오래전부터 시작됐을 거라고 생각하지? 심지어 피오나랑 만나기 전부터 말이야.”

 

 

“그러면 넌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알아?” 내가 물었다. 몰론 잭이 대답을 알고 있을 리가 없지만.

 

 

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우리 둘 사이엔 창밖에서부터 들려오는 폭풍소리만이 맴돌 뿐 이였다. (아마 만들어진지 3시간 26분쯤 된 폭풍일 것이다.)

 

 

그 적막은 에반이 샐러드 그릇을 탁자에 내려놓으면서 일어나는 것으로 깨졌다. 그는 거실을 나서서 복도 쪽으로 걷기 시작했고, 잠시 뒤 그의 방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잘 자라고, 에반.” 잭의 목소리에는 조금 날이 서 있었다. 둘 사이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지만, 지금 당장 내가 뭘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아까 전에도 에반은 나한테 거울에 가서 셀카나 찍으라고 했을 정도니까.

 

 

‘도데체 그때 왜.....’ 나는 잠시 그렇게 생각하며 벽에 있는 거울을 봤다. 이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의 70%는 포니의 형상을 띄고 있었다. 아니지, 70%레인보우 대시라고 해야 하나? 나는 수 년 동안 대시의 모든 부분은 좋아했었는데, 이젠 완전히 대시랑 똑같아지고 있다니..... 내심 아직까지 전부 변하지 않은 게 조금 아쉬웠다.

 

 

“이런, 시간이 이제 많이 늦었네. 나도 이제 슬슬 자야겠다. 그 얘긴 내일하자, AJ.” 나는 그렇게 말하며 집 한쪽에 있는 게스트 룸으로 걸어갔다. 잭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나는 방문을 열며 “잘자!”라고 말해줬다. 여튼 나는 그렇게 말하고선 방에 들어가 방문을 닫았고, 곧장 입고 있던 옷을 전부 벗었다. 나는 그렇게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로 내 몸을 내려다 봤다. ‘이상하다’라는 느낌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난 이 몸이 꽤 맘에 들었다. 허 참, 생각해보니 몸이 아직 다 바뀌지 않았다고 속상했었지? 언제부터 그런 거에 신경 썼다고.......

 

 

나는 방 안에 있던 거울로 몸을 움직여서 거울에 비친 몸을 살펴봤다. 갈기 색하고 잘 어울리던 연청색 털은 이제 몸 대부분에 나있었다. ‘흠.... 알람을 맞춰놓을까? 그러면, 내일 어떻게 변했을지 빨리 알 수 있겠지?’ 나는 잠깐 그리 생각했지만 곧 마음을 바꿨다. 사실 그런 걸 조급해하면서 보기보단.푹 자고 좋은 기분으로 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나는 불을 끄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한쪽손을 배에 올려보니 부드러운 털이 느껴졌다. “이것 참 편리하네, 더 이상 담요같은 게 필요 없을지도......”

 

 

~~~~~~~

 

 

졌던 해가 뜬 무렵에 난 눈을 떴다. 나는 몇번 눈을 깜빡이고선 어제까지의 상황을 떠올렸다. 이제 거울을 보고 바뀐 부분을 살펴볼 시간이다. 난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서 어제 봤던 거울 앞쪽으로 미끄러져 갔다.

 

 

나는 그렇게 늘어진 머리를 들어 거울을 바라봤다. 그때 그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털은 생각보다 더 많아 나있었고, 손이 있던 자리는 발굽이 대신했으며, 얼굴의 외모는 완전한 포니의 얼굴이였다. 변화는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많이 일어나 있었다.

 

 

거울에 비친 것은 포니였다. 이제 내 모습에선 인간의 외형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거울로 시선을 주니 거울 안에 비친 대시의 시선이 마주쳤다.

 

 

나는 천천히 균형을 잡으며 네 발굽으로 일어났고, 내 모습과 거울에 비친 모습을 번갈아봤다. 내 등 뒤로 나 있는 날개는 잔잔히 흔들리고 있었고, 거울에 비친 포니는 나와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었다. 이건 분명한 내 몸이였다.

 

 

나는 입을 열었다. “안녕, 레인보우 대시?”

와우..... 정말 독특했다. 이건 기존의 ‘독특함’이라는 단어가 정의를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은 것 같았다. 난 머리를 양 옆으로 돌리면서 귀여운 대시의 얼굴을 천천히 살펴봤다. “TV에 나온 것 보다 훨씬 귀엽잖아?”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천천히 몸을 돌려 시선을 몸 전체로 옮겼다.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큐티마크는 마침내 제 자리를 찾은 듯이 몸과 어울리게 붙어 있었다. 나는 다시 거울을 바라봤고, 또 잠시 동안 말을 잃었다. 내 갈기는 정말 굉장하다고 밖에 말 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분명 어제도 이것과 같은 갈기를 가지고 있었건만, 지금 갈기는 내 목 뒤쪽으로까지 흘러내려가 내 연청색 털이랑 정말 잘 어우러진게, 마치 다른 갈기를 보는 듯 했다 내가 좋아했던 꼬리 또한, 제 자리 있었고, 몇 번 흔들어 보고선 또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내 포니로서의 모든 모습이 너무나도 완벽하고 굉장했기 때문이다. 이게 정말 내가 맞나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거기에 얼마나 오랫동안 서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5분정도 거울을 보면서 서 있었던 것 같다. 내 몸에 각인된 레인보우 대시를 계속 칭찬해가면서 말이다....... ‘이제 난 누구인가’. 그 생각이 머리에 스쳐 지나갔고, 그때 느껴진 전율이 온 몸에서 꼬리 끝까지 닿았다. 거울 안에 비춰지는 포니의 형상이 내 모습이란 것이 너무 기이하고도 굉장했다.

 

 

또다시 거울을 봤다. 내 몸의 모든 부위 하나하나 전부 마음에 들었다. 마치 스포츠카를 가까이서 보는 어린애처럼 나도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눈빛에는 감탄이 담겨있었고, 곧 그 감탄이 담긴 시선의 고개를 돌려 내 뒤쪽을 바라봤다.

 

 

이전까지만 해도 돌아가지 않던 각도까지 고개가 돌아갔고, 내 눈앞에 펼쳐진 좀 다른 풍경을 보는 것도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었다. 아니 방 풍경은 전과 같지만, 사야 아래 쪽 으로 연청색의 내 몸과 날개, 화려한 꼬리 등이 펼쳐져 있는 그 모습은 낯익으면서도 낯설었다. 난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잠시 눈을 감았다. 거울 속의 포니가 내 모습이란 것이 충분히 이상했지만, 심지어 그 포니의 숨결이 매 순간순간마다 느껴지니 더욱 이상하게 느껴졌다.

 

 

잠시 후, 난 눈을 뜨고 이젠 방을 둘러봤다. 내 키는 이전보다 작아진 것 같았고, 내 눈높이는 침대랑 같은 높이가 되어있었다. 나한테 보이는 시야 또한 이전보다 약간 이상하게 느껴졌다. 마치 내 눈의 ‘와이드 모드’를 켜놓은 듯 이전엔 볼 수 없었던 방향까지 보이는 게 이전보다 시야 범위가 더 넓어진 것 같았다.

 

 

난 다시 거울을 보며 이번엔 날개를 움직여 보기 시작했다. 당연히도 없던 날개의 감각을 알 리가 없었으니, 날개의 움직임과 느낌을 이해하기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려웠다. 나는 이전에 손을 움직이는 것처럼 날개를 움직이려 했으나, 날개는 그런 느낌으로 움직이는 부위가 아니었다. 그건 내 척추랑 바로 연결되어 있었기에, 날개를 펴고 움직이는 것은 마치 등의 무언가 구부러져 있는 걸 곧게 스트레칭 하는 느낌이랑 비슷했다. 딱 직감이 오는 그런 감각은 아니었지만, 뭐 곧 익숙해 질 것이다.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한번 했다. 지금 상황에서 이 거울 앞에 영원히 서 있을 수는 없으니, 아마 아직 일어나지 않은 다른 녀석들을 깨우러 가는 게 좋을 것이다. 흠, 당연히 걸어서 가야할 텐데, 걷는 법부터 익혀야 할 것 같았다. 난 아래로 시선을 돌려 발굽을 본 후, 걷기를 시작했다. 우선 앞쪽 왼 다리,다음에 뒤쪽 오른 다리, 다음 앞쪽 오른 다리, 이제 뒤쪽 왼 다리, 다음이 앞쪽 오른 다리였나? 아니, 아니, 앞쪽 왼 다리, 다음에 ―― “이런 썅” 난 중심을 잃고 넘어져 버렸다.

 

 

난 입술을 물면서 뒤를 봤다. 고작 1미터 움직이고선 넘어진 거야? “이거 참 그지같네.” 나는 다시 크게 한번 심호흡하고선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아래를 보면서 다시 걸어보았다. 허나 네 걸음조차 떼기도 전에 내 몸은 다시 균형을 잃었고, 내머리는 벽에 ‘쿵’소리가 나도록 박혀버렸다.

 

 

“아니 이 씨ㅂ...” 그렇게 반 발자국을 헛디디며 앉아버렸고, 난 한쪽 발굽으로 내 이마를 문질렀다. “아으으, 이거 엄청 아프잖아! 등신같은 벽 같으니라고, 바로 앞에서 걷는 연습 하는 게 안보이나?” 난 잠시 머리를 흔들고선 다시 네 발굽으로 일어났다. 보아하니 문제가 하나 있었다. 난 사람처럼 시선을 몸 쪽으로 고정시키고선 걸으려 했지만, 포니의 몸으로선 그 방법이 듣질 않았다. 전과 다르게 고개를 위로 올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아래로 굽히던 고개를 펴서 앞을 봤다. 굽어졌던 목이 펴지면서 기분 좋은 편안함이 느껴짐과 동시에 내 시야에서 발굽이 사라졌다. 나는 바로 앞에 있는 문을 보면서 전처럼 다시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아까 전처럼 발굽을 보지 않아서 걷기가 완전히 골 때릴 정도로 어려웠기에 매 순간순간마다 더욱 집중해야 했었다. 난 그렇게 정신을 집중하면서 천천히 한 발자국을 내딛었다.

 

 

먹.......히는 건가? 몇몇 걸음을 좀 헛디디긴 했어도 적어도 조금씩은 앞을 나아가고 있었다. 강하게 집중하며 몇 초 동안 걷다보니, 신경이 내 걸음 패턴에 익숙해진 듯 걷는 게 좀 더 쉬워졌다. 매 걸음이 반복될수록 난 전보다 점점 집중을 덜 해도 됐고, 걸음은 점점 자동공정마냥 몸에 익어갔다. 내 머릿속에서 ‘걷기’라는 명령파일이 하나하나 작성돼 조립되어 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 느낌 그대로 바깥 복도로 나가서 최대한 멀리 걸어가 봤다. 복도 위쪽으로 아랫쪽으로, 갔다가 왔다가. 내 몸은 계속 그 행동 하나하나의 느낌을 받고, 머리는 그 행동패턴을 기억하려 했다. 그러더니, 예전에 인간일 때 자연스럽게 걸었던 것처럼, 이제 복도를 자연스럽게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자, 그러면 내가 방금 두 살배기 애들이나 배우는 ‘걷기’를 10분이나 걸려서 배웠다. 그럼 ‘달리기’라든가, 또 가장 큰 문제‘ 날기’같은 게 얼마나 어려울지 생각하기가 싫었다. 뭐, 일단 걸음마는 뗐으니. 이제 천천히 하나하나 배워가면 되겠지만....

 

 

난 천천히 부엌으로 총총 뛰어갔다. “하하, ‘총총 뛰어간다’라.....” 걸음을 뗄 때마나 ‘다각 다각’ 하는 발굽 소리가 들렸고, 난 속으로 그 소리를 은근히 즐기고 있었다.

 

 

난 웃으면서(그래, 사실 나도 이 상황에 웃고 있는게 미치광이 같다는 것은 알고있었다.) 부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오늘 제일 먼저 일어난 사람이 내가 아니었나보다. 부엌에선 빅맥이 좀 심각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난 한쪽 발굽을 들어 흔들며 인사했다. “안녕, 에반! 좋은 아침이야! 나야, 대시!”

 

 

“제기랄!” 에반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나는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으며 에반한테 말했다. “뭐가 제기랄인데?”

 

 

에반이 여전히 나를 보면서 대답했다. “일어나보니 내가 말로 바뀌어있어서 심란하니까.”

 

 

난 혀를 내밀며 말했다. “”아니, 넌 말이 아니야. 포니라고. 완전 다르다고, 인마.“

 

 

“아, 그러시겠죠.” 에반이 눈알을 굴렸다. 그러고선 나를 동네바보 보듯 쳐다보면서 물었다. “그리고, 넌 왜 그렇게 웃고 있는지 설명 좀 해줄래?”

 

 

난 일어나서 그의 주위를 가볍게 총총 뛰어다녔다. “그냥 네발로 걷는 법을 배워서 그랬어! 솔직히 포니가 된 게 좀 흥분되기도 했고, 그리고 나 좀 봐봐!”

 

 

에반이 여전히 무표정으로 보면서 말했다. “어 보고 있어, 포니 한 마리가 보이네.”

 

 

“인마, 나 멋지지 않아? 난 레인보우 대시라고, 이 날개를 좀 봐봐!” 나는 몸을 옆으로 돌리고선 날개를 펼쳤다. “그리고 이 멋진 갈기랑, 완전 잘 어울리는 꼬리랑, 그리고....”

 

 

에반이 눈초리를 올렸다. “질문 하나 하지. 넌 그냥 그 캐릭터를 좋아하는 거야, 아니면 진짜로 대시가 되고 싶은 거야?”

 

 

난 잠시 생각하면서 다시 앉았다. “어.... 그건 생각 안 해봤는데? 근데 솔직히 말하면, 둘 다 일거야, 아마.”

 

 

에반이 그 말을 듣더니, 아무 말 없이 조용하게 웃었다.

 

 

난 다시 일어나서 옆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고선, 내 갈기를 부드럽게 쓸어 멋지게 흩트리면서 물었다. “오 에반, 너도 내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지,그렇지?” 난 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화사한 미소를 지으면서 멋진 자세를 취했다. 내심 그녀석 마음에 들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때 어디선가 알람이 울렸고, 난 문득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 알아차렸다. ‘이....이런 젠장, 내가 뭔 짓을 하고 있는 거야? 난 단순히 이 포니 몸이 좋다고 말하려 했는데, 지금 보니까 완전히 오해하기 딱 좋은 짓이 됐잖아!?’

 

 

난 그걸 알아차리곤 바로 자세를 원래대로 바꿨고, 에반의 눈초리는 다시 올라가 있었다. “그래 대시, 넌 어...... 좋아 보이네, 몰론 포니로서 말이야.”그는 자그맣게 큭큭 웃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난 속으로 자책했다.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원...... 그나저나 에반이 방금 나를 대시라고 불렀었나? 에반 얘는 뭐가 어떻든 간에 날 항상 데이브라고 불렀었는데, 방금 전엔 그러지 않았다. 뭐... 차라리 잘된 일이다. 솔직히 까고 생각하면 난 옛날부터 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으으 세상에 어떤 부모가 자기 애 이름을 ‘데이브’라 짓겠는가? 딱 듣기만 해도 40대 아저씨 이름인데 난 그 이름으로 그동안 불려왔으니 그동안 계속 불만이였다.

 

 

어쨌거나, 그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난 에반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에반? 네 동생은 아직 안 일어났어?”

 

 

에반이 다시 내 앞에 서면서 대답했다. “알 턱이 있겠냐? 난 그냥 일어나서, 발을 헛디디면서 여기로 온 다음 아침식사나 만들려고 했을 뿐이야. 그 ‘난 이제 손이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야.” 에반이 한 발굽을 들어 흔들어 보이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여기서 지금 우리가 얼마나 X된건지 생각 좀 하고 있었어, 근데 고개를 돌려보니 데이브 네가 마치 크리스마스 아침에 일어난 애 마냥 싱글생글 웃으면서 걸어오더라?”

 

 

나는 고개를 약간 젖히면서 말했다. “아, 그렇구나. 왜 아까 전부터 그렇게 속상해했는지 알겠다.”

 

 

에반이 테라스 쪽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속상했던 건 아니야. 조금 우울했었던 것뿐이지.”

 

 

“그래도 힘내 인마, 너 혼자 일은 아니잖아?” 나는 위로를 섞어 에반에게 말했지만, 에반은 말을 듣기는 한 건지 그냥 아무 말도 없이 테라스 문고리를 입으로 열 뿐 이였다. 난 계속 말을 이었다. “다 알아내자고 에반. 아침식사 후에, AJ깨워서 피오나한테 전화해보자. 전화해서........... 에반? 에반 너 거기서 뭐하는 거야?” 그때 에반은 테라스 바깥에 펼쳐진 잔디벌판으로 갔다. 그리곤 잔디바닥은 발굽으로 몇번 두들겨 보더니, 바로 벌러덩 누워서 잔디밭을 뒹굴었다.

 

 

“이거 느낌 좋은데? 항상 말들이 잔디밭에서 이렇게 뒹구는걸 보긴 했는데, 왜 그런지 이제 알겠다.” 에반은 그렇게 말하면서 뒹구는 것을 멈추진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행동에 당연히 나는 벙 찔 수밖에 없었다. “어...... 그래 뭐.... 좋겠네. 그건 그렇고 우선 식사부터 해야 하지 않겠어?”

 

 

에반이 다시 몸을 원래자세로 굴린 뒤 네 발로 일어났다. “아니, 별로. 난 그것보다 집 주위 좀 달리고 올게.”

 

 

난 발굽을 들어 제지하면서 말했다. “달린다고? 아직 걷는 것도 서투르잖아?”

 

 

에반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선 한 발굽으로 땅을 몇 번 긁었다. “가면서 익히지, 뭐. 당장이라도 저길 가로질러 가고 싶은데 그런 건 별 문제 안 되겠지.” 그러고선 원형으로 몇 번 빠른 걸음으로 돌았다, 몇 번 걸려 넘어지긴 했지만. “한 시간 정도 달리다 올 테니, 그동안 잭 좀 깨워놔. 나중에 같이 모이면, 그때 피오나한테 전화 하든가 하자.”

 

 

놀라웠다. 지난번만 해도 포니로 변하는 것에 제일 적응하지 못했던 사람이, 이젠 네 발로 들판을 달려 나가고 싶어 하다니...... “어..... 그러면 아침식사는 어쩌게? 배고프지 않아?”

 

 

에반은 날 한번 보더니, 그동안 봤던 미소중 가장 밝은 미소를 짓고선 말했다. “달리다가 좀 먹지, 뭐.”

 

 

난 에반의 알 수 없는 대답에 입을열어 되물으려 했지만, 이미 에반은 뒤로 돌아선 ‘말했던 그대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 뭐 괜찮겠지. 달리다가 먹는단게 무슨 소린진 잘 모르겠지만, 에반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어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니, 깊이 생각해볼 필요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됐다. 어쨌거나 이제 잭을 깨워야겠다.

 

 

난 다시 집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문을 닫는건 생각보다 쉬웠다. 단지 문고리를 입으로 문다는게 좀 찝찝했을 뿐이지... 여튼 난 그 이상한 느낌을 무시하고선 바로 AJ의 방으로 직행했다.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네, 그럼 더 재밌을 테니까.....’

 

 

방문은 조금 열려있었다. 주둥이로 조금 밀어보니 코고는 소리가 침대에서 자그맣게 들려왔다. ‘이렇게 골탕 먹이기 딱 좋은 때도 없을 것 같은데?흠.... 일단 고전적인 방식으로 해볼까?’

 

 

난 침대 곁으로 빠르게 걸어간 후, 두 앞발을 침대에 대면서 두 다리로 섰다. 이전과 다르게 정말 어려웠지만, 어렵사리 두 다리로 설수 있었고, 난 두 앞발굽으로 잭이 덮고 있는 이불을 쥐고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난 빠르게 이불을 걷어낸 후, 바로 잭의 어깨를 잡아서 흔들었다. 잭은 졸린 가운데 눈을 서서히 뜨기 시작했고, 난 내 포니 팔을 흔들면서 크게 외쳤다. “일어나, 애플잭!! 사과소다 시즌이 시작된다고!!”

 

 

잭은 깜짝 놀라면서 몸을 뒤로 뺐다. 나를 보고 있는 잭의 반 기상 반 수면 상태의 비몽사몽한 표정에는 순도 100%의 혼란감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아니.... 그건 플러터샤이 것이잖아. 애플잭이 아니라..... 왜 대시가 애플잭의 집에 와서....... 잠깐, 이거 설마.....”

 

 

잭의 시선은 침대위로 올라와서 네 발로 서있는 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난 가볍게 미소를 지어줬고, 곧 잭의 얼굴의 핏기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난 그런 잭한테 작은 윙크를 한번 해줬다. “일어나 애플잭, 네 새로운 여생의 첫째 날을 맞은걸 환영한다.”

 

 

난 입으로 남은 이불을 잡아서 머리위로 던졌다. 침대위의 이불이 사라지면서 잭의 몸 전체가 보여졌다.

 

 

잭은 자기 몸을 보더니 순간 경련을 일으켰다. 스스로 상황을 납득하려 애를 쓰는 듯 보였지만, 별 소용이 없어보였고, 그녀는 그저 앞발굽으로 자기가 뱄던 배개를 안고 있을 뿐 이였다.

 

 

“아~~~ X바아아아아아알!” 잭의 절규는 하염없이 공기 중으로 흩어질 뿐 이였고, 충격 받은 그녀는 계속 경련을 일으키는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려 했지만, 노력만 가상히 여겨질 정도로 부질없는 짓 이였다.

 

 

“지금 어떤 포니가 제일 멍청해 보이는지 알아? 바로 너야! 누가? 네가!” 난 눈물이 나올 정도로 폭소하면서 침대위에서 배를 잡고 굴렀다.

 

 

“어으으으, 그것 참 재밌네, 대시.” 잭이 자기의 주황색 앞다리로 이불을 침대 한쪽으로 치우면서 말했다.

 

 

나는 곧바로 몸을 바로 세워 일어났고, 폴짝 뛰어서 침대아래로 내려왔다. 갈기가 조금 헝클어져 있기에 머리를 조금 흔들어서 원래대로 만들었다. 방안에 놓여있는 거울을 보니 쌔끈하고 멋진 내 모습이 보였다. 이야....... 난 정말 내 몸이 맘에 들었다. 그동안 들었던 몸의 이질감이 이젠 전부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AJ또한 거울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으으,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좀.....”

 

 

나도 공감하며 말했다. “맞아, 기분 정말 이상하지? 나도 그 느낌 알아. 하지만 어쨌든 적응해야하는 거니까..... 말 나온 김에, 너 일어서는 법부터 배워야겠다. 일단 난 갈 테니까 알아서 걷는 법 익혀서 부엌으로 와. 식사 다 만들어질 때까지 헤매지는 말고.”

 

 

나는 그렇게 말하고선 방문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잠시 뒤, 잭이 날 불렀다. “이봐, 대시.”

 

 

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뒤로 돌려 잭을 봤다. “왜?”

 

 

잭이 날 보고선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네 모습 멋지다고.”

 

 

난 귓가에 걸릴 만큼 크게 웃었다. “고마워! 아까 전에 에반한테도 나 어떠냐고 물어봤는데, 완전히 혼란스러워 하던 걔 모습이랑 완전 딴판이네? 나도 내 모습이 완전 마음에 들거든. 그리고 네 모습도 멋져 인마. 하하, 여하튼, 빨리 걷는 법 연습하고 부엌으로 와라.”

 

 

~~~~~~

 

 

난 사람처럼 요리를 할 수 없었다. 예전부터 내 손재주나 요리 실력도 시원치 않은데다가, 이젠 그런 양 손 마저도 없으니, 불 보듯 뻔한 일이였다. 나는10분 에 가까운 시간동안 온갖 정성을 쏟은 뒤에야 알팔파 펠릿이 담긴 봉지를 이빨로 겨우 뜯을 수 있었다. 봉지에 담긴 알팔파가 조금 흘러내려서 바닥에 엎질러졌고, 난 봉지를 기울여 알팔파를 그릇에 부으려 했지만, 그것마저도 알팔파 봉지가 통째로 바닥에 쓰러지면서 펠릿을 온 바닥에 흩뿌려지는 바람에 허사가 됐다.

 

 

난 아까 전부터 한참을 애쓰는 동안 제 아무리 포니의 몸으로 못할 것 같은 일이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건만, 바닥에 널린 알팔파를 보면서 그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제 아무리 공을 들인다 해도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바닥을 쓸어내는 일은 도저히 가능한 일이 아닌 것 같았다.인간의 몸이 아닌 이상 말이다.

 

 

그래서 난 바닥을 치울 만한 다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닥의 흩뿌려진 알팔파 펠릿을 하나하나 입으로 먹는 것 이었다. 마치 개처럼 말이다. 나는 고개를 기울여서 알팔파를 먹기 시작했다. 이렇게 먹는 게 좀 자존심 상하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알팔파의 맛은 그런 생각을 잠시 잊게 해줄 수 있을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한 3분의 2쯤 먹어갈 무렵 근처에서 다가오는 발굽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시선을 올리자 나를 쳐다보고 있는 애플잭이 보였다. 순간 애플잭이 여기 있는 것이 비현실적이라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오늘 아침에 그 모든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완벽한 애플잭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진짜 애플잭으로 착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저기, 그릇 있을 텐데?” 잭은 그렇게 말하면서 부엌 안으로 들어왔다. 걸음걸이가 아직 서툴렀지만, 최소한 에반보단 익숙한 것 같았다.

 

 

난 고개를 들며 말했다. “하, 알팔파를 그릇에 부을 수 있어야 말이지.”

 

 

“누가 부으래?” 잭은 부엌 서랍을 열고선, 안에서 그릇 하나를 입으로 집어서 꺼내왔다. 그리곤 근처에 놓여있는 쇼핑백에서 국자를 꺼내서 알팔파 봉지에서 알팔파를 퍼서 그릇에 담은 뒤, 조심히 입으로 집어서 식탁에 올렸다.

 

 

난 아까 전 저 생각을 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벙 찔 수밖에 없었다.

 

 

AJ는 재밌다는 듯 웃으면서 다시 부엌 서랍으로 가서 이번엔 숟가락을 꺼내 물고선 식탁에 올려놓으면서 의자에 앉았다. 근데 웬 숟가락? “이봐 AJ 그 숟가락 어떻게 쓰려고 가져온 거야?”

 

 

잭은 약올리듯 나한테 혀를 내밀고선 말했다. “모르겠냐? 우선 입으로 숟가락을 집어서 떠올리고선....”

 

 

난 그 자리에 앉고선 실실 웃었다. “그리고선?”

 

 

잭은 멈칫하며 잠깐 생각하는 듯 했다. 우선 숟가락의 한쪽은 알팔파가 가득 담겨있고, 다른 쪽은 입으로 물고 있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입에 음식을 넣을 수 없다. 먹으려고 숟가락을 내려놓으면 안에 담긴 음식이 다시 그릇으로 쏟아진다. 잭은 이런 딜레마를 겪으면서 잠깐 고심하더니, 이내 숟가락을 내던지고선 “아, 몰라 썅!” 하며 포기한 듯 한마디 내뱉었고, 고민하기를 포기한 듯 그냥 입을 갖다 대서 먹기 시작했다.

 

 

난 이 상황을 보고선, 점점 우리들이 인간성을 조금씩 상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슬픈 기분이 잠깐 들었다. 허나 울어봤자 뭐가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난 다시 고개를 숙여 바닥의 알팔파를 먹기 시작했다. 그래, 지금 우리는 포니고, 어쨌거나 지금 우리들에게 가장 알맞은 행동을 할 뿐이라고 난 속으로 되내겼다.

 

 

몇 분 뒤, 난 바닥에 엎질러진 알팔파를 다 먹었다. 잭도 엇비슷한 시간에 식사를 마친 듯 했고, 또 그녀는 알팔파를 그릇에 다시 담고선 이젠 인간으로서의 체면은 전부 벗어버릿듯 광속으로 그릇에 입을 갖다 대어 먹었다. 잭의 뺨에 알팔파가 묻기 시작했다.

 

 

슬슬 잭이 2그릇째를 다 해치울 무렵 난 말했다. “야, 잭. 그거 얼굴에 묻었다.” 난 한쪽 말굽으로 잭의 뺨을 가리키며 말했다.

 

 

“뭐? 어디? ...여기?” 잭이 한쪽 발굽으로 묻은 곳 반대방향을 짚으며 말했다. 웃음이 실실 터져나왔다. 뭐, 묻은 곳을 정확히 짚어내리란 일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만, 왜 그런지 몰라도 난 그렇게 잘 짚어내리라고 생각했었고, 그렇지 못하자, 바보 같다는 듯 그냥 웃음이 터져 나왔다.

 

 

“뭐가 그리 웃긴데? 여기야? 아니면, 여기?” 잭이 얼굴 반절 정도를 헛짚으며 물었다.

 

 

난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니, 아니, 거기가 아니라 반대편이야. 여기 , 여기 옆 여기쯤.....”

 

 

난 깊게 생각하지 않은 채로 잭의 발굽을 잡고 말했다. “멈춰봐, AJ. 잠깐만.......” 난 머리를 앞으로 빼서 잭의 뺨에 붙은 그 펠릿을 입으로 집어 먹었다. 그때 깨끗해진 잭의 뺨을 보면서 미소가 잠깐 지어졌지만, 곧 그게 생각 없이 해버린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난 바로 몸을 뒤로 물리면서 사과했다. “엇, 미... 미안. 난, 어....... 뭐, 이제 깨끗해서 좋네 뭐.....”

 

 

잭의 뺨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눈동자는 크게 변했다. 내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뒤로 물러서기 시작할 때 잭이 입을 열었다. “어, 뭐...... 방금건 좀 그랬다, 야..... 다음부턴 경고라도 하고 그러든가........” 잭도 얼굴을 웃어보였고, 슬슬 거실 쪽으로 움직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은 어때? 에반은 일어났고?”

 

 

“일어났지. 걔 일어나서 뛰러 나갔어.” 난 잭의 뒤를 따라 거실로 들어가면서 대답했다. 아직까지 펼쳐져 있는 날개를 접으려고 나름 애를 써가면서...

 

 

“잠깐, 걔가 뭘 하러 갔다고?” 잭이 놀람 목소리로 물었다.

 

 

“뛰러. 그 인간은 자기가 포니로 일어난 것에 미칠 듯 한 상실감을 느끼다가, 밖을 보더니 갑자기 나 뛰러 갈 거라고, 달릴 거라고 말하면서 걍 그대로 뛰어 나갔어. 지 딴엔 뭔가 ‘속도감을 느끼고 싶어’라고 났는지 모르겠지만.”

 

 

잭이 눈을 크게 뜨면서 웃었다. “정말? 그거 진짜 놀랄 노 자네? 난 걔가 자기 몸을 보고선 굉장히 자기혐오에 빠질 줄 알았는데 말이야.”

 

 

나도 잭의 말에 공감하면서 그녀의 옆으로 갔다. “나도 그래. 솔직히 그렇게까지 잘 받아들일 줄은 몰랐어. 다행이지....... 그건 그렇고 넌 네 몸이 마음에 드냐?”

 

 

잭은 앞발굽으로 얼굴을 살짝 긁으며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 그러고선 고개를 뒤로 돌려 자신의 엉덩이를 보고선 대답했다. “사실 정말 마음에 들어.선택권이 그나마 있었다면 애플잭이 아니라 다른 걸 선택했을지는 몰라도, 여하튼 지금 몸이 생각보다 너무 포근하고 편안하더라고. 있잖아? 나 금방이라도 차보다 더 빨리 달리거나 벽을 차서 막 무너트릴 수 있을 것 같다? 이거 진짜 굉장하다고!”

 

 

잭이 다른 쪽으로 걸어가더니,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앞발굽으로 몸을 지탱했다. 그러고선 뒷발굽을 들더니 갑자기 허공에 대고 휙 찼다.

 

 

“뒷차기 좋은데? 으... 이제 네 뒤론 갈 때마다 조금씩 쫄지도 모르겠다.”

 

 

그 말을 들은 잭이 나를 보면서 말했다. “너도 인마, TV에서 나온 것처럼 멋지게 폼 좀 잡아봐.”

 

 

그녀의 말에 살짝 웃음이 나왔다. 뭐..... 솔직히 재미있을 것 같긴 했으니, 나도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았다. ‘흠.....’ 우선 난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날개를 활짝 편 다음에 꼬리를 좌우로 살짝 흔들었다. 인터넷 백터로 돌아다니는 사진이랑 똑같이 말이다.

 

난 그 자세를 AJ가 보고 어떻게 반응할지 참 궁금했다. ‘흠....?’ AJ는 이전처럼 양 발굽으로 박수 치면서 웃고 있었지만, 이번엔 별다른 말을 하진 않는 것 같았다. 난 슬그머니 자세를 풀고 잭을 봤다. 그녀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마치 전조등 앞에 선 사슴마냥 나를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아 쫌, 잭. 설마 이거를 모르는 건 아니겠지? 완전 유명한 거잖아? ‘나 레인보우 대시에게 ㅈ’.....”

 

 

“나도 알아! 안다고!” 잭이 내 말을 황급히 끊어냈다. “그게 어디서 유래 됐는지도 알아!” 잭은 천천히 내 주위를 원형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냥..... 어으으.... 세상에, 너 그 포즈 잡으면서 밖에 돌아다니지 마라. 아니, 원래 못 나갈 몸이지만, 내 말은..... 으.....”

 

 

난 시치미를 떼면서 미소를 내보이며 물었다. “뭐 문제라도 있어, AJ? 왜? 아까 그게 너 보기엔 좋았나 보지?”

 

 

잭 또한 능글맞게 웃으면서 대응했다. “뭐래니, 이 색기 팔팔한 자식아. 우리 중 클로퍼(clopper)가 있다는 사실이 곧 우리 전부가 클로퍼라는 게 아니란 거나 알아둬라, 이 자식아. 게다가 백번 양보해서 조금이라도 그렇다 해도, 좀... 인마, 우린 베프잖아. 우리 사이에 서로 뭔가 이상한 일이라도 저지르거나 해서 후회할 일 같은 건 만들고 싶지 않거든.”

 

 

난 발걸음을 잭에게로 옮기며 입을 열었다. “네네 알겠습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그래도 친군데 짜식아. 우정 어린 포옹 정도는 괜찮겠지?”

 

 

잭도 그 정도까지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곧 우리는 두 발굽 벌려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하지만, 몸 앞쪽을 지탱하는 다리가 없어지자 우리는 서로 껴안은 채로 그대로 자빠져 버렸다.

 

 

만화에서처럼 쉽게 되지 않는 모습이 우스웠던지 순간 우리 둘은 동시에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얘랑 이렇게 어울리며 노는 꼴이란..... 난 점점 이런 모습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대시? 너 지금 내가 뭔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이 가?” 잭은 포옹을 풀지 않은 채로 나에게 물었다.

 

 

난 웃으며 대답했다. “헤헤, 그럼. 당연하지.” 분명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다. 분명 ‘실은 이렇게 변한 게 참 고맙게 느껴진다.’라고 말하거나,아니면 ‘내가 이렇게 너랑 있는 게 참 행복하다’라고 말하던.......

 

 

“잘됐네, 그럼 에반이 오기 전에 빨리 설거지 해야지?”

 

 

내 두 귀가 축 늘어졌다. “뭐라고?”

 

 

“설거지 하자고, 에반이 곧 돌아올 텐데, 오기 전에 이 난장판을 빨리 치워야 할 것 아냐?” 잭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 이번엔 혼자 오버했던 것 같다. 아마 다음번엔 생각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

 

 

[출처:http://www.fimfiction.net/story/93383/five-score-divided-by-four]

 

 

 

 

 

 

 

[원작자:Twistedspectrum]

 

 

참 오랫만에 돌아왔네요.

일단 아무 말도 없이 잠적한건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다시 번역해 보려고 하니 많이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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